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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관심사가 확실히 경제사, 특히 근현대 경제사로 돌아선 것을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는 (실은 페미니즘의 구호지만)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구호에 따라 '개인적인 삶의 경로가 어떻게 보수성과 연결될 수 있는가'를 살피기 위한 정신분적학적인 관점과 '보수성과 계급을 재생산하는 장치는 어떤 것이 있는가'에 주목하는 사회학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한가한) 공부를 해 왔다. 그런데 최근 악화된 경제 상황과 그로 인해 떨어진 지지율과 4대 개혁 입법의 상황을 보며, 시민 개개인의 진보 의지나 사회학적인 재생산 장치에 대한 개선 노력은 결국 물적 토대가 흔들리면 자취를 감춰버리는 허약한 것이라는 (막스주의적) 진실을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할까, 실은 보다 긴급하게 살펴봐야 할 다른 국면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된 거다.
줄거리를 풀자면 이렇다. 1. 정부가 최근 삼성과 모종의 관련있는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을 주미 대사에 내정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화해 제스처와 조중동을 대상으로 언론 개혁도 포기하겠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보낸 사실이나, 2. (의심스러운 민주 노총 총파업 연기의 덕을 본 면도 있지만)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본보기성이라는 느낌이 드는 공무원 노조 파업에 대한 강력한 탄압, 거기에 3. 노대통령이 2005년 연두 기자 회견에서 보여준 비정규직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보면서, 노무현 정부가 지금은 어떤 진보성도 지니고 있지 못하며, 이것은 결국 악화된 경제 상황과 이라크 파병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압력이 이끌어낸 결과라는 점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최근의 예로 좀 더 얘기를 자세히 풀어보자. 신년 연두 기자 회견 전문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앞서 말씀드린 산업간, 기업간 양극화와 더불어서 또 하나 해결해야 할 큰 과제는 근로자간의 양극화 문제입니다.당연히 비정규직 문제만큼이나 취업 문제가 중요한 문제고, 이 문제 또한 풀기에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대통령이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별 다를바 없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따라서 실제로 역량과 전문성만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란 사실을 모를리 없고, 따라서 4년제 대학 나오고도 실업자인 사람이 넘쳐나는 판에 직업 교육이 모자란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다. 지금의 심각한 구직난을 고려해볼 때, '개개인의 직업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이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이라는 얘기는 어느 회사에서나 모셔갈만한 인재가 되는 것만이 해결책이다라는 얘기고, 현실적으로 모든 국민이 그렇게 될 수는 없는 게 뻔하기 때문에 이 발언은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을 100%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얘기가 된다. "작년 순익이 10조 7867억원인 삼성전자의 삼성맨들은 잘 먹고 잘 살텐데, 거기 못 들어간 건 네 탓이지." 거기다가 더 나쁜 건 돈 없으면 과외도 못해 보고 좋은 대학도 못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대학 나오고도 실업 신세인데 무료 교육에서 도대체 뭘 얼마나 기대하라는 건지. 정부가 '이류 시민'에 대한 배려를 포기했다는 의혹은 사회 안전망 확충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고려 중 같은 보도를 통해서 좀 더 확정적이 된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공무원 노조에 대해서 '누가 공무원 되라 했나'라고 말했던 유시민 의원의 발언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유시민 의원과 노무현 정부의 이런 '변절'이 정치적 균형 감각을 잃게 만드는 경제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지금까진 대강 알고 있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던 신자유주의와 국제 금융, 특히 그 중에서도 미국의 큰 무역 적자와 개도국의 외환 보유고(금리 4%의 미국 재무성 채권) 및 차관(금리 18% 정도로 미국 시중 은행에서 빌림)의 관계, 파운드화 폭락/동아시아 경제 위기의 주범이라고 지목받고 있는 헤지 펀드 등,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먼저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리하여 당분간은 이 쪽 주제를 중심으로 책을 고를 것 같다. 제대로 방향을 짚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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