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강만수를 계속 기용하는가?
 이번 인사 이후에 이 질문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이라고 해놓곤 경제를 말아먹었다, 민심을 못 읽는다, 정치를 발로 한다, 감각이 낡았다, 생각이 없다 등등 갖가지 조롱을 당하지만 이 빡센 경쟁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수많은 여권 내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경제 대통령이라는 아젠다를 선점하여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당연히 강만수를 다시 경제 특보로 기용하면 좋아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할 만큼 바보일 리도 생각이 없을 리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노련함은 이번 정운찬 총리 기용 카드로 하나로 민주당과 선진당과 박근혜에게 물을 먹임과 동시에 세종시에 투입할 예산을 4대강으로 끌어올 사전 공작[한겨레]까지 마치는 주도 면밀함에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나? 임기 초반부터 인사에서 인상적인 헛발질을 여러 번 한 것도 사실이긴한데, 이건 워밍업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 어? 이 동네는 우리 동네랑 규칙이 좀 다르네? 이미 잠잠해진 선거구제 개편 제안으로 방송법 투쟁하는 민주당 엿 먹인 것도 대단하고. 아무래도 슬슬 물이 오르는 중인 것 같다.

이어지는 내용▼

 그런데 이런 주도 면밀함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강만수를 경제 특보로 다시 중용했다. 이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거다. 경제 실무를 잘 알고 정책을 잘 집행해서? 이건 지나가던 개가 빵 터질 소리고. 소망교회 인맥이니까? 소망교회에 우리나라 유력 인사들이 한 두명 다니나. 워낙 강만수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서? 이명박 대통령 본인 대신 욕 먹어주는 대가로 옆 자리에 둔다[조선닷컴], 가능한 해석이긴 한데 이쯤되면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욕하지 강만수 본인을 욕할 기력도 없지. 외려 강만수가 대통령 비리 하나 큰 걸 쥐고 있어서 그거 때문에 옆에 두고 있다, 그런 음모론적 해석이 더 그럴싸할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은 샐러리맨에서 시작해서 현대건설 CEO를 거쳐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이건 뭐 시마과장을 ㅈ뉴비 취급할 만한 급의 출세가도인데 시대적 특수성이나 여타 부대 조건을 건다고 해도 범인을 훨씬 상회하는 상황 판단력이나 전략 수립 능력을 갖고 있으리라는 추정이 타당하지 않나? 그런 가정에서 생각하면 손익 계산에 밝고 전략적 판단에 밝은 사람인 이명박 대통령이, 리더십에 오는 이 모든 타격을 감안하고도 강만수를 계속 기용해야 할 만한 이유가 있을텐데, 그게 도대체 뭐냐는 게 풀리지 않는 의문인 거다.

<여기서부터 망상 시작>

 이건 뭐 참, 상상력을 아무리 발휘해봐도 내가 내릴 수 있는 단 하나 스스로 납득 가능한 결론은 음모론적 시각이라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이거다. 일단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출마와 대통령 당선 등등이 대운하 혹은 4대강 사업을 통한 합법적인 재산 축재를 목표로 했던 거라고 보는 거다. 애당초 대통령이 된 목표 자체가 이거라고 보면 4대강이나 부자 감세 등에 앨러지 반응을 보이는 한나라당과 노선이 다른 것도 이해가 되고 4대강에 저렇게까지 체계적인 집요함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번 대통령하면서 크게 해 먹는 게 목표인데 정권재창출에 관심이 있을리가 없잖아.

 임기 동안 4대강으로 벌면 불법도 아닌데 환수도 못 할 테고 그보다 더 크게 벌 계획이 있다고 생각하면 선뜻 전 재산을 내놓는 공약도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촛불 시위에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4대강 공사 하는데 환경 단체 같은 데서 나와서 시위 못하게 하려고 미리미리 막는 거라고 생각하면 살 떨리게 용의주도한 것 아닌가? 시위 때문에 공기 늘어나면 공사비 늘어날텐데 아예 엄두도 못 내게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 대선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같이 일하면서 전체 축재 계획의 구체적인 설계도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하나 필요할 거란 생각에 닿는다. 누군지는 몰라도 4대강 사업을 하기 위해서 세금 어떻게 모아서 어디다가 쓸 것이고 관련해서 정책을 어떻게 집행해야 하고 등등 총괄할 사람 말이지. 그 사람이 강만수라면 어떨까? 아무리 무능하다 어떻다 얘기해도 이 정도 계획을 실행할 능력이 없는 관료는 아닐 거고, 그런 중요한 역할의 담당자라면 여러 사람 둘 수도 없을 거고 이 사람 저 사람으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을 거고. 이야기가 얼추 들어맞는다?
<여기서 망상 끝>

 …스스로 생각해도 상당한 수준의 음모론적 뻘 소리를 늘어놓았는데, 의문이 풀리지 않는 갑갑증 때문이니 들러주시는 독자 여러분들은 모쪼록 이해해주시라. 강만수가 경제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 아마 국민들에겐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나날이 이어질 것이고,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무슨 수를 쓰든 그를 요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할 거다. 그런데 중요한 건 지금까지 추이로 보건데 이명박 대통령은 아마 여론이 악화되는 정도로는 강만수를 절대 내치지 않을 것이고, 거기엔 리얼하게 '실용적인' 이유가 있을 거란 점이다. 그 이유를 모르는 채로는 강만수에 대한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을 거고, 그 이유를 알아야 비로소 강만수를 끌어내릴 효과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본다. 누군가 깨달음을 주실 만한 분이 있으면 좋겠다.
by 매운맛나리 | 2009/09/07 22:52 | 세상사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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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解鳥語 at 2009/09/07 22:56
강만수에 대한 비난은 주님께서 주신 시련으로 알고 시련을 극복하겠다던....열통 터지던 기사가 기억나네요.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9/09/07 22:58
정말로 그런 종교가적 열정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워서 더욱 두렵네요.
Commented by 아울양 at 2009/09/07 23:02
그건 강만수가 배갯머리송사를 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9/09/07 23:04
ㅎㅎ 그러게요 이름 궁합도 100%고.

근데 그렇게 조롱하고 웃어 넘기면 손쉽긴 한데 어떻게든 이유를 알아내서 못 하도록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조롱하고 비웃어도 저 쪽은 챙길 거 다 챙기고 있으니까요. 화 나잖아요.
Commented by 몽몽이 at 2009/09/08 00:30
글쎄 음모론보다는 차라리 돈 꿔 오는 능력(?이라기보단 IMF때 많이 겪은)이 좋아서라고나... 돈 쓸 일은 많을테니;;;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9/09/08 00:42
정말로 대외 여건이 그지같아서 언제 돈 빌려올 일이 있을 지 모르는데
그거 할 수 있는 게 강만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더더욱 강만수를 끌어내리는 건 요원하겠죠.
대외여건이 그지같은지 아닌지는 입증하기 어렵고 돈은 아무나 빌려올 수 있는 게 아닐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해보자면 강만수의 '돈 빌려오는' 능력에 대해서 좀 더 촘촘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천지화랑 at 2009/09/08 00:50
돈 빌려오는 능력이라.... 그것도 작년에 통화스와프건 잘못 터뜨렸다가 미국이랑 한은한테 욕만 디질나게 먹었죠 -_-;;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9/09/08 00:58
그렇죠. 애초에 그 건 자체가 암만 봐도 강만수 구하기로 진행된 사안이었으니
돈 빌려오는 능력이 원인이 아니라 그런 알리바이를 만들어 준 셈이죠.
그렇게 공을 만들어 주면서까지 옆에다 두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Commented by 새벽달 at 2009/09/08 07:44
前동인 출신으로 망상하자면...

---(이하 귀하의 정신 건강을 위해 생략-☆)--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9/09/08 18:36
전? 전?
Commented by 플루토 at 2009/09/08 10:34
그, 그럴듯한데?!! (고양이 짤방)
- 을 붙이고 싶은 글입니다요. ㅎㅎㅎ
실질적으로 2MB는 대통령을 축재의 수단으로, 4대강은 제대로 해쳐먹기 위한 방법으로 동원했다는 건 추측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봅니다. (...)
Commented by 몽몽이 at 2009/09/08 10:55
흠 축재의 수단치고는 재산 기부액이 크지 않나요?
어차피 재단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자기 주머니 돈은 아니니까;;;
Commented by 플루토 at 2009/09/08 11:34
재단은 합법적인 탈세 및 재산 은닉 수단이랍니다;; 그걸 모르셨군요;; 실제로 재단에서는 밖으로 사용 내역에 대한 공표를 할 법적인 의무가 없기 때문에 (그냥 도의적인 의무 정도?) 정말로 누가 대가리에 앉았는지, 또 어떤 운영 시스템을 사용하는 지에 따라, 진짜 좋은 기구가 될 수도 있고 완벽하게 탈세용 기구가 될 수도 있답니다.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9/09/08 18:38
심증만 가지고는 입증할 수가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포커 페이스가 아니라 풀 페이스 (Fool-Face)라고 불러야 할까요.
Commented by rehn at 2009/09/09 22:31

조심하세요

난 지금 정부가 무서워요.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9/09/09 23:21
저 전 일개 비루한 게임 개발자인걸요 (손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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