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넘 매그넘

 기술적으로 카메라를 다루는 방법 자체는, 스튜디오 조명을 사용하는 방법이라든가 여러가지 아직도 배울 것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걸 공부하는 것보다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공부하는 게 더 필요하겠다 싶은 기분이 들던 차, 이런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는 책은 없겠다 싶어 사진집을 봐야겠다고 고르다가 이름에 매그넘이 두 번이나 들어가길래 후렭하고 구매했다. 페이퍼백인 매그넘 랜드스케이프[알라딘]를 생각하면서 주문했더니만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와 무게를 자랑하는 책이라 좀 당황했는데, 매그넘 회원들이 서로의 작품을 골라서 책으로 묶은 흥미로운 기획인지라 넘겨 보는 보람은 충실하다.

 그냥 비싼 책 구경하려고 산 게 아니라 어떤 게 좋은 사진인가 공부할 생각으로 산 것이니만큼 인상적인 사진과 그 이유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기록을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리. 사실 가벼이 이미지만으로 대할 수 없는 사건을 다룬 사진들이 다수지만, 이 많은 분량의 사진을 다 배경 공부하고 언급해가며 읽는 것은 무리인지라 이미지를 중심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은 미리 양해를 구한다.

 어떤 사진이 인상적이었나는 매그넘 포토스의 링크로만 기록. 기억하기에는 이 정도면 충분할 거고, 마구잡이로 퍼오는 것은 거장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매그넘 포토스에 고소당했다가는 평생 갚지도 못할 배상금에 패가망신할 것 같고…. '매그넘 매그넘'에 수록된 사진들은 이 링크[.]에서 볼 수 있다. 다만 썸네일이라 매우 작고, 인쇄된 사진과 색상이 매우 다른 경우가 있으니 감안하시길.

매우 깁니다, 주의▼

아바스 Abbas
명확한 주제를 담되, 단 번에 읽히지 않고 곰곰히 읽어야만 하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이건 마치 시를 쓰면서 낮 익은 표현을 낯설게 다듬는 방식과도 닮았다. 순간적으로 이미지를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단서를 포함하도록 사진을 구성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과 숙련도를 요하는 것인지 가늠이 안 된다.
결혼식. 독일로 이민을 간 사진 속의 남자가 여자의 신랑이다, 카불, 아프가니스탄, PAR2396
부두교의 신 오군에게 제물로 바칠 소, 북부 평원, 아이티, PAR189372

앙투안 다가타
예술사진 쪽에선 주밍-패닝 샷 같은 게 아닌 포커스 나간 사진을 작품으로 간주하는 일이 그리 드물지 않은 듯 한데, 이런 사진을 대할 때마다 어떻게 판단해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아 당혹스럽다. 아마추어가 이런 사진을 흉내내는 것은 이미 '흔들린' 사진으로 보이는 시점에 기술적 숙련도를 의심받기 딱 좋으니 말이지. 그럼에도 이 한 장은 이런 사진을 볼 때 어떤 시점을 택해야 하는지 일말의 힌트를 주는 듯 하다.
함부르크, 독일, PAR281274

브뤼노 바르베
군중을 묘사하는 것은 정말이지 강력하구나. 현대 사회에서 군중이 있는 장소가 대부분 권력과 대중이 충돌하는 장소니만큼 더더욱 그런 듯하다. 촛불시위 때 DSLR을 갖고 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군중을 찍은 여러 다른 사진이 있고, 그 각각이 다 인상적이지만 이 사진은 그 중에서도 강렬한 색채 대비 덕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리타 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대, 도쿄, 일본, PAR91078

요나스 벤딕센
컬러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이 내게는 정말 어려운 일로 느껴지는데, 그것은 색채와 구도가 애초에 소재로 활용하기 좋은 곳이 아니면 이미지를 구성하는 게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썩 아름답지 않은 장소를 놀라운 색상과 구도로 잡아낸 이 작가의 사진들에 경외감을 느낀다. 1977년생이면 매그넘 포토스에서는 아주아주 젊은 축이라니, 것참 아직도 시간은 많구나 싶기도 하고.
추락한 우주선의 잔해를 줍는 마을 사람들 주위로 수천 마리의 흰 나비들이 날고 있다, 알타이 지방, 러시아, NYC37701
아프리카 최대의 빈민가 키베라, 나이로비, 케냐, NYC78118
다른 많은 10대 소녀들처럼 자살로 생을 마감하여 키기크타르주아트의 공동묘지에 묻힌 시장 딸의 무덤, 누나부트, 캐나다, NYC40109

이언 베리
아시아에서 찍은 사진들도 좋지만, 도시를 배경으로 시선이 프레임 안에서 뱅글뱅글 돌도록 절묘하게 구성한 흑백 사진들이 인상적이다. 프레임을 넓게 보는 버릇을 들이고 조리개는 F8에 고정해야겠다. (어?)
시엠리아프, LON88098
도크랜드, 런던, LON10005

르네 뷔리
한 사진 안에 명확하게 대비되는 주제를 담은 첫번째 사진이 인상적이다. 매그넘 랜드스케이프에서 봤던 연잎 사진도 두말할 나위 없이 좋고. 기발한 프레이밍 안에 주제를 단단하게 담아내는 것, 어느 한 쪽만으론 모자라고 두가지 모두를 한 장 안에서 해내야 한다.
상파울루, 브라질, PAR8679
베이징 근교의 이허위안의 쿤밍 호에 떠 있는 죽은 연잎들, 중국, PAR8802

코넬 카파
볼쇼이 발레학교의 사진이 보여주는, 고전회화를 연상시키는 구도의 우아함에 정말이지 눈을 떼기가 어렵다. 저 자리의 거울을 활용하지 않았다면 구성에 이만한 임팩트가 없었을텐데, 차량의 룸미러나 유리창, 거울 등의 반사를 활용하는 구성을 늘 염두에 둬야겠다.
볼쇼이 발레학교, 모스크바, 구소련, PAR38941

로버트 카파
수록된 사진들은 다른 어떤 미디어에서도 불가능한, 그 장소, 그 시간에 내가 있기에 가능한 사진을 찍는 저작 행위에 고유한 특성을 통해서만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가르쳐주는 듯 하다. 아마추어로 사진을 찍으면서 전쟁 같은 극적인 순간을 찍을 기회는 아마 영원히 오지 않겠지만 미디어의 특성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봐야할 당위가 느껴진다.
테루엘 시 사령관저의 공화파 병사들, 아라곤, 스페인, PAR75171
마드리드, 스페인, PAR75209
이탈리아-독일 군 공습 후의 마드리드, 스페인, PAR75205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결정적 순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명성이 드높은 이 사진가에 대해서는 언젠가 진득하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진도 모두 훌륭하지만 여기서는 단순하지만 텍스처가 풍부한 배경에 분명한 그림자의 실루엣을 담고, 마지막에 누워서 낮잠자고 있는 사람을 통해서 시선에 매듭을 지은 첫번째 사진에 눈길이 간다. 사진을 찍을 때 색상, 구도, 텍스처, 형태, 공간, 선 등의 구성 요소 어느 하나 둘만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세네가지 이상을 배합하는 것을 염두에 둬야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아마다바드의 오래된 마을, 구자라트, 인도, PAR19030
운동 중인 쿠루크세트라 난민 수용소 사람들, 펀자브, 인도, PAR57042

장 첸치
촬영 대상과 오랜 기간 동안 신뢰를 쌓고 진행하는 프로젝트 도중이 아니라 드문드문 한 두 장 찍어서 이런 사진을 건진다는 건 거의 불가능이겠지만, 대비되는 두 장면을 한 화면에 담는 독창적인 프레이밍으로 소외라는 주제를 단박에 보여주는 이 사진들에는 정말이지 감탄할 만한 묵직함이 있다. 동양인이 동양인을 찍은 사진이 매그넘 매그넘에 들어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무되는 일이고, 남루한 동양인이 나오는 사진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도 그렇고.
휴식을 취하는 이민 노동자, 뉴욕, 미국, NYC14967
새로 온 이민자, 뉴옥, 미국, NYC10989

칼 드 케이지
사진, 찍는 것인가, 만드는 것인가[알라딘]에서 일상적인 실내를 평면적인 구성으로 팬 포커스에 컬러로 찍는 이런 느낌의 사진을 여럿 봤는데, 이런 사진을 볼 때의 내 감상은 뭐랄까, 당혹감에 가깝다. 공산품의 조악한 컬러와 형태가 제멋대로 나열된 중산층 거주 공간이란 게 아무리 보아도 내 미감에선 아름답다고 해석되지가 않아 어째서 작품 사진인지 이해가 되질 않기 때문인데, 이럴 때마다 좀 더 사진 읽는 공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소스노포보스크 캠프 37의 병동, 시베리아, 러시아, PAR223389
고비 남쪽, 몽골, PAR315221

레몽 드파르동
이 작가의 사진도 당혹스럽다. 핸드폰을 받으며 걸어가는 상하이 여성의 사진은 분명히 좋은 사진인 걸 알겠는데 아마추어의 스냅과 차이를 만들어내는 부분을 정확히 집어내질 못하겠다. 이 한 장 뒤에 있을 수많은 B컷의 존재가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이렇게 길에서 찍은 사진을 출판하기 위한 초상권 동의의 요령도 궁금하다. 조심하란 얘기는 많이 있어도 어떻게 동의를 구할 지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단 말이지.
상하이, 중국, PAR279955

스튜어트 프랭클린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또렷한 시선이 힘찬 컨트라스트와 강한 색감을 보여주는 사진만큼이나 강렬하다. 인상적이다.
알토스 호르노스 발전소, 빌바오, 스페인, LON32375
노바 벨렘, 첫 번째 자택 건설 프로젝트, 상파울루, 브라질, LON42867

레너드 프리드
모든 사진이 다 그렇진 않지만, 이 책에 편집된 사진에선 유대인 사회와 슬럼을 다루면서도 따스한 시선을 잃지 않았음이 느껴져서 감동적이다. 나처럼 순식간에 냉소적이 되고 비관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사진들이다.
여름 더위에 물을 뿜는 할렘의 소화전, 뉴욕, 미국, NYC28747
아이들과 놀고 있는 할렘 여경, 뉴욕, 미국, NYC17804

장 고미
다루고 있는 주제의 심각성을 떠나서, 왠지 수록된 사진들이 비현실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너무나도 생생하고 선명하기 때문에 분명히 실재하는 장면이란 것을 의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물의 형태와 배치, 색채가 모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 정돈되어 있다. 수록된 몇 점의 사진에서는 흐리고 습한 날의 야외의 낮은 채도, 혹은 배경이 정리된 실내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데 이 수법은 잘 기억해둬야겠다.
르 아브르, 프랑스, PAR193037
그랑 리비에르, 마르티니크, PAR206916

버트 글린
수록된 여섯장의 사진은, 그 장소, 그 시간에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성립되는 사진들인데,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그 기획과 기다리는 시간과 대처와…. 여러가지 많은 것들이 궁금해진다. 지나가는 말로 듣기론 셔터만 누를 수 있도록 준비 해놓고 그 화면을 완성할 사람이 지나가는 순간을 몇시간이고 기다린다고도 하던데, 직업 사진가가 아니고선 쉽지 않은 일이로구나. 캘리포니아 IBM 연구 단지의 사진은 소재가 도시인지라 더더욱 내 눈길을 끈다.
코파카바나에서 마지막 공연을 마친 후 매디슨 가에서 춤을 추는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NYC10186
구이린 시 근처의 둑을 건너는 소년, 중국, NYC15197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IBM 연구 단지, 미국, NYC26295

데이비드 앨런 하비
독특한 구성과 텍스처, 에스닉한 컬러가 넘치는 사진과 화면의 대부분이 그림자 속에 묻혀 강한 대비를 보여주는 사진이 인상적이다.
길모퉁이에 서 있는 소년, 트리니다드, 쿠바, NYC4373
부활절, 멕시코, 유카탄, NYC7727

리처드 칼바
똑같은 모양의 주택이 안개 속에 한 줄로 늘어선 장면이나, 눈 내린 다음 주차장을 높은 곳에서 바라본 모습 등, 평범한 풍경을 비범하게 담아낸 사진이 인상적이다. 이런 사진을 만들어내고 싶다. 오랫동안 사진을 찍는다면 한 두 장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광부들의 집, 워솝 베일, 노팅엄셔, 영국, PAR213214
파리, 프랑스, PAR157849
맨체스터, 뉴햄프셔, 미국, PAR213217

요제프 쿠델카
와! 정말이지 수록된 여섯 장이 한 장 한 장 다 다른 테마인데도 모조리 놀라울 수가 있구나. 특히 마지막 한 장은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이미지의 무게감에 뒷목에 저릿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는다. 여섯 장의 사진 모두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다고 느끼면서도 왜 이 이미지가 훌륭한 지 설명이 안 될 정도로 내 인식 범위를 벗어난 비범한 발상과 초현실적인 표현이 뛰어나다. 놀랍다.
프라하, 체코슬로바키아, PAR169909
루마니아, PAR65550
프라하, 체코슬로바키아, PAR65493
노르-파-드-칼레, 프랑스, PAR59552

세르조 라렌
앞서 요제프 쿠델카와도 닮은 듯 하지만, 그보다도 훨씬 더 기괴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런던에서 새들이 날아오르는 장면을 찍은 사진과 발파라이소에서 찍은 개가 부담스럽게 프레임 앞에 잡힌 사진은 보는 사람의 불안감을 한껏 자극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지만, 나와 강하게 공명하는 이미지들이다. 거울 두 장을 사용해서 프레이밍한 네 번째 사진도 매우 인상적이다.
런던, 영국, PAR78664
발파라이소, 칠레, PAR21401
카페, 발파라이소, 칠레, PAR91782

기 르 케레크
이 작가의 사진은 어딘가 쓸쓸하면서도 유머가 넘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진 아닐까.
아젤레-쉬르-메레 해변 근처의 야영장, 피레네조리앵탈, 프랑스, PAR13869
국제소리축제, 파리, 프랑스, PAR13900


에리히 레싱
뭐랄까,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어휘력이 부족하단 기분이 드는데, 이 작가의 이미지들은 그야말로 클래식하다. 흠잡을 데 없는 구도에 한 눈에 이야기가 들어오는 구성. 특히나 폴란드 첫 번째 미인 대회 같은 이미지는 너무나 통속적이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역사적인 이미지라, 뭔가 내가 찍는 사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이미지란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깊이와 단단함에서 좁힐 수 없는 간극이 느껴진다. 놀랍다.
공산 치하의 폴란드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미인 선발대회, 소포트, 폴란드, PAR218027

알렉스 마졸리
어둠 속에 묻힌 인물 사진은 언제고 꼭 도전해보고 싶은 소재다.
전쟁의 피해자, NYC72325
막달레나, NYC72324

콘스탄틴 마노스
컬러 사진이 아름답기도 하구나! 자연을 찍은 식상한 사진이 아니라, 사람과 도시를 찍은 사진에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이 매우 어려운데, 이 작가의 사진은 정말 컬러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뭐랄까, 자연이 아닌, 한국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사진에서 이런 생생한 색상과 텍스처를 느끼는 경우가 매우 드문데, 이런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이 도시가 정말 아름답지 않구나 싶어서 씁쓸하다.
할리우드 해변, 플로리다, NYC60751
데이토나 해변, 플로리다, NYC8538
데이토나 해변, 플로리다, NYC8519


트렌트 파크
굉장히 인상적인 사진을 찍는 작가다. 다중 노출?로 촬영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이미지들도 신기하지만, 한 낮에 찍었음에도 어디에서 빛이 비추고 있는지, 실내인지 실외인지 감이 안 오는 타운홀 역 사진이나, 공포 영화를 연상시키는 흐린 날의 소녀나 큰 박쥐들의 사진은 발상부터 구성과 표현, 모두 참신하고도 교묘해서 정말 놀랍다. 현대적인 사진 중에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아방가르드해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다.
타운홀 역, 시드니, 오스트레일리아, LON82809
베릭 근교, 빅토리아, 오스트레일리아, LON66014
큰박쥐의 습격, 마타란카, 북부 오지, 오스트레일리아, LON66010


파올로 펠레그린
기본적으로 나는 사람들의 불행을 다루는 사진을 그다지 인상적인 사진이라고 기록하고 싶지 않다. 나 정도의 아마추어가 사람들의 불행을 찍고 또 그런 이미지에 손쉽게 감동하는 것은 어떻든 쉽지 않은 소재로 기량 이상의 감동을 다루려고 드는 오만함에서 비롯하는 실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작가의 이미지들은 기록해둘 수 밖에 없는데, 주제의 무거움을 단적으로 전달해주는 이 구성은 잊어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합군에게 죽임을 당한 병사의 시신을 끌고 가는 이라크 시민들과 병사들, 바스라, 이라크,
PAR319427
알바니아 군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을 애도하는 세르비아 여인들, 오블리크, 코소보, PAR232348


게오르기 핀카소프
인물의 얼굴이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좋은 인물 사진은 가능하구나.
신장 성, 중국, PAR328269
무르만스크, 러시아, PAR319817

마크 파워
쨍한 팬 포커스의 이미지는 확실히 현대적이다. 군중을 현대적인 느낌으로 담아낸 교황의 장례식 사진이나 컬러에 흑백 사진의 질감을 담아낸 사진, 이 두 장은 고전적인 사진을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 지 정답지를 보여 주는 듯 하다.
바티칸에서 생중계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 바르샤바, 폴란드, LON71551
지라르도프, 폴란드, LON71541


마르크 리부
분명히 그대로 눈 앞에 두고 보았다면 혼란스럽고 소란스러웠을 화면이 이상할 정도로 차분하게 정돈되어 있다. 구성과 타이밍이 너무나 훌륭하다. 두고두고 보면서 공부해야 할 것 같다.
골동품 가게 안에서 바라본 베이징 거리 풍경, 중국, PAR51949
미 공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과거 황제의 도시 후에 시의 모습, 베트남, PAR55911
사진가들의 경쟁, 카루이자와, 일본, PAR161239


페르디난도 시아나
흑백의 패션지 사진이라…. 짜여져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보여주면서도 현실적인 질감을 이야기에 입히는 구성이 훌륭하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이런 연출과 구성을 시도해 봐야겠다.
패션 모델 마르페사, 모디카, 시칠리아, SCF3730
패션 모델 지젤레 첼라위, 왕들의 계곡, 이집트, SCF418


데이비드 '침' 시모어
이렇게 정신분석학적인 시선을 요구하는 이미지들에는 항상 눈길이 간다.
'집'을 그리는 테레사, 그녀는 강제 수용소에서 자랐다, 폴란드, PAR150821

매릴린 실버스톤
미군 헬기에서 내려다본 베트남, 전쟁에 대한 수많은 사진 중에서도 이 사진은 분명 독특하고 비범한 이미지일 것 같다.
미군 헬리콥터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베트남, PAR154366

W. 유진 스미스
그림인지 사진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구성과 대비, 타이밍, 대비, 모든 게 훌륭한 사진이다. 이 이미지 한 장이 너무나 인상적이라 이 작가의 다른 사진들이 모두 평범해보일 정도다.
힐 382 동굴을 폭파하는 미 해군 폭파 특공대, 이오지마 전투, 일본, PAR46293

데니스 스토크
야경이라도 되지 않는 한 매끈한 도시의 고층 건물을 촬영한 사진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기는 어렵다. 이 작가의 사진에서도 분명히 좋은 구성에 좋은 이미지이지만 깊이를 느끼기 어려워 안타까움이 느껴졌는데, 이 두 이미지는 깜짝 놀랄 정도로 좋다. 어떻든 사람을 담는 것이 공감을 이끌어내는 왕도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해야 하나.
시오도메, 도쿄, NYC50421
시오도메, 도쿄, NYC50432


래리 타웰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단한 실례에 주제도 모르는 얘기 같기도 한데, 어떻게 보면 스톡 사진처럼 느껴질 정도라는 것은 그만큼 클래식하게 잘 구성된 사진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매그넘 랜드스케이프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사진을 크게 보니 인상이 배가된다. 정말 좋은 사진을 얻으면 언제고 꼭 크게 한 번 인화해보고 싶다.
메노 파 교도 아이, 렌트 카운터, 온타리오, 캐나다, PAR136676
두랑고 콜로니의 메노 파 교도들, 멕시코, PAR92357


존 빈크
또렷한 주제를 가지면 뒷 모습만으로도 이야기가 만들어지는구나.
식수를 끌어오려고 파이프라인을 옮기는 장면, 라 벤토사, 과테말라, PAR79808
미트로바이스 감옥에서 풀려난 코소보 난민들의 머리 위로 세르비아를 공격하기 위해서 하늘을 가로지르는 B-52 폭격기, 모리나, 알바니아, PAR168760


알렉스 웹
가만 사진집을 보고 있으면 컬러 사진은 마치 30년대 일러스트를 연상시키는 너무나 미국적인 이미지를 담은 것, 아니면 팬 포커스로 약간 낮은 채도에 밝은 색이 많은 유럽적인 이미지를 담은 것, 그도 아니면 남미나 아시아의 에스닉한 이미지를 담은 것으로 나뉘는 느낌인데, 이 작가의 사진은 에스닉한 소재를 마치 남유럽에서 볼 법한 색감으로 담은 것이 아주 독특하다. 기억해 둘 만한 이미지다.
이스탄불, 터키, NYC28177
안세-아-갈레츠, 라 고나브, 아이티, PAR112440
by 매운맛나리 | 2009/03/04 22:17 | 웰빙 : 사진 | 트랙백(1) | 덧글(10)
트랙백 주소 : http://beforu.egloos.com/tb/408122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그린비출판사 at 2009/06/23 11:20

제목 : 프라하의 봄, 사각 프레임 속에 멈춰진 시간
프라하의 봄, 사각 프레임 속에 멈춰진 시간대학교에 다닐 때, 한 연구소에서 하는 세미나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두세 시간 진행되던 세미나가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인근의 한 고깃집에 모여 돼지껍데기를 노릇노릇 구우며 세미나를 막차가 끊기는 늦은 밤까지 이어나갔죠. 어느 날 하루는 술잔이 연거푸 비워지고, 소주병이 하나둘씩 테이블을 채우기 시작하자 세미나 내용과는 상관없는 사는 얘기, 나이 얘기로 흘러갔습니다. 돌아가며 얘기를 하는 와중에 딱 ......more

Commented by jooddang at 2009/03/05 00:17
얼레... 나랑 같이 사진찍은 토마스 휍커 옹은 없네영
( http://www.jooddang.com/blog/entry/%BB%E7%C1%F8%C0%C7-%B0%C5%C0%E5-%B8%C5%B1%D7%B3%D1-%BF%D4%B4%D9)
매그넘전 할 때 만났어요 ㅋㅋ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9/03/05 12:30
글게 그거 할 때 갔어야 하는데 후회되고 있슴
으 부러워
Commented by 플루토 at 2009/03/05 10:49
아 매그넘 사진들 멋지지요.... 근데 어느 포토 에세이였던가.
그냥 아마추어가 찍은 사진과 매그넘 사진의 차이를 아느냐. 사실 그런 거 없다 라는.... ㅎㅎㅎ
매그넘 사진 작가들도 수십장 수백장 수만장을 찍어서 그 중에서 골라내는 거라면서 좌우지간 열심히 찍을 걸 권유하는 내용이었더랬죠.
우왕 그래야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도 애기 사진 외에는 찍을 일도 찍을 사진도 없는 엄마 약 1인....;;
(DSLR사면 고양이 사진도 찍고 애기 사진도 찍고 많이 찍을 줄 알았더니 똑딱이 들고 있을 때나 사진 찍는 양과 시간에 차이는 안나더군요;;;)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9/03/05 12:31
으흐흐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일단 진득하게 한 자리에서 수백장 찍은 날은 한 장은 건지는 듯한데,
후닥후닥 찍느라 얼마 안 찍고 오면 사진 짜내느라 고생해야 함...

애기 사진을 진득하게 찍으시는 겁니다!라곤 해도 쉬운 일이 아니라... 파이팅임다 ㅎㅎ
Commented by 아이리스 at 2009/03/05 11:06
님 좀 짱인듯.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9/03/05 12:32
시험기간 효과 비슷한 거야
가끔 이런 장문의 포스팅을 하고 싶을 때가 있음
Commented by 오리대마왕 at 2009/03/09 11:50
거의 논문 수준이로군.
대체로 이런 장문의 포스팅은 급한 업무가 닥쳐왔을때 쓰고 싶어지는데, 프로젝트가 바쁜 것 같군. ㅋㅋㅋㅋ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9/03/09 22:09
우리 프로젝트는 별로 안 바쁜데 옆 프로젝트가-
덕분에 마음이 약간 피로-
Commented by jazzcake at 2009/03/09 11:51
참, 가끔 들리는 사람입니다만...조리개 f8.0의 의미는 알아내셨는지 ^^;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9/03/09 21:54
ㅎㅎㅎㅎ 가끔씩 계속 들러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추측컨데 F8 정도에서 렌즈의 스윗 스팟을 사용하면서 (이 당시엔 렌즈 연마 기술이 덜 발전했다든가?)
사물이 날아가지 않는 수준의 적절한 보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과도하게 날리지 말고 화면 전체를 이용해라? 뭐 이런 의미로 맘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