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끝나는 시간까지 쉴새없이 이어졌던 터라 이 짧은 스케치에서 모든 질문을 다루는 것은 어렵겠지만, 제 개인적으로 오늘 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꼽는다면 역시 부정부패 해소와 반의 반값 아파트와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육성과…기타 여러 분명히 합리적이고 사람 중심적이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 같은 이 이상적인 공약들을 어떻게 실행할 것이냐, 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최근 들어 많은 블로거 분들이 지적하신 문제와도 맥락이 닿는 질문이지요? 노무현 정부도 임기 내내 각종 공무원 부처와 국회와 언론과 건설사와 대기업 등등 수많은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임기 내내 힘을 낭비하기만 했는데, 문국현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이기고 공약을 실천할 수 있겠느냐는 얘긴데요,
문 후보께서 이 질문을 정책의 타당성이나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으로 잘못 해석하신 것인지, 아니면 자신있게 준비하신 답변이 경제 정책의 타당성 쪽이 많아서 그러셨는지 경제 정책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답변이나 부패 청산, 과거와의 단절 등 원론적인 답변이 많이 나왔던 터라 저를 포함해서 참가하신 블로거 분들뿐만 아니라 사회자분까지 포함해서 요지가 통하는 질문을 너댓번 이상 반복하는 해프닝 아닌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쯤되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문 후보에 대한 지지여부를 가르는 그야말로 분수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나 싶은데,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모든 사람들에게 만족스럽게 준비된 상태는 아니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많은 블로거분들이 집요하게 질문한 끝에 구체적인 답변이 몇 가지 나오지 않았나 싶네요.
그 중 하나는 대한민국 재창조 위원회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정권 인수 위원회가 벌써부터 가동되고 있다[오마이뉴스]는 답변입니다. 보통 선거 한 달 전에나 준비하는 정권 인수위원회를 네 배 기간인 120일 전에 설치하여 준비하고 있다는데, 위원회의 면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내각 인선 등에서 준비가 덜 되었다는 비판은 어느 정도 비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9월 경에 발표한 내용인데 모르고 갔으니, 저도 참 공부가 부족하군요. 조사 없이 바로 받아 적은 것을 옮기는 터라 부정확할 수도 있으므로 사실 관계는 좀 더 조사해보겠습니다)
지지세력이 약해서 집권하더라도 정책 추진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도 이어졌는데, 이에 149명의 대학 교수들이 지지 선언을 발표[한국일보]했고, 국내에서 공공사업이나 따서 장사하던 모 후보와는 달리 자신은 유한킴벌리 사장 시절부터 사업과 사회 활동을 통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의 수반이나 고위급 관료들과 같이 일을 할 기회가 많이 있었으며, 회사 생활하면서도 많은 중간 관리자를 직간접적으로 관리하는 등 지지 세력과 리더십이 충분하다는 어필로 답변을 주셨습니다. 이 부분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납득할 수도 있고 그렇지도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계열 질문 중에서 하이라이트는 역시 이 질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부패 청산과 과거와의 단절을 표방하면서 정치인들과 노골적인 대립각을 세우면 국민의 지지는 얻을 수 있더라도 정책의 국회 동의를 얻기 어려워져서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겠느냐는 질문이었는데요,
처음에는 자신의 뜻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이 넘어올 것이다(철새 정치인은 확고한 기준으로 걸러내겠다라고 다른 질문을 통해서 답변하셨습니다)라는 답변을 하셨는데, 질문이 집요하게 이어지자 (이미 자신이 당선된 상황이면) 부패 정치인들은 대통령 선거에 이어지는 국회위원 선거에서 거의 뽑히지 못하지 않겠나, 라는 답변으로 좌중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이 답변은 문자 그대로 읽으면 그런 상황이 다시 벌어져도 아무런 준비가 없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라 지지를 이끌어낼 힘이 없다는 건 사실입니다만, 호의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상황이면 한나라당은 대선에 패했으니 이어지는 총선에도 이기기 힘들 거고, 아, 그러면 진보적 의원들이 많이 당선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단 말이죠?
사실 이 발언은 대책없이 긍정적인 터라 저도 100% 동의하거나 옹호하긴 어렵습니다만…. 일견 불가능한 것 같은 긍정적인 비전을 일단 자신이 믿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제시한다는 점에서 아, 이 사람은 진짜 경영자고 리더십이 있구나, 하는 생각은 잠깐 들었습니다. 헛꿈 꾸는 소리와 비전의 구분은 말로 설명하기 참 어렵습니다만 이건 이어지는 포스팅에서 풀어보도록 하지요.
어쨌든 간만에 굉장히 충실하게 보낸 3시간이었습니다. 일단 저 역시도 100% 지지라기보단 어느 정도 '그렇다고 전국을 갈아엎을 순 없잖나'에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만, 직접 문 후보를 본 단상으로는 일단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을 알고, 이 사람의 공약을 좀 알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다른 후보들의 공약도 좀 대대적으로 수준이 올라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8% 성장 같은 경우는 논란이 많이 일고 있긴 합니다만, 어느 정도 선정적인 이 공약 때문에 다른 합리적인 답변까지 싹 대책 없는 헛소리 취급 받는 건 많이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존경할만한 분을 뵙는다는 게 힘든 시대에 눈 앞에서 그런 분을 직접 만나볼 기회를 가졌다는 게 보람있는 시간이었네요. 이어지는 11월에도 한 번 더 열린다고 하니 지지 여부를 떠나서 다른 분들도 한 번쯤 참석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