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수개월만의 독서다. 이 책만 해도 산 지 거의 두세달 됐지만 초반만 읽다 관뒀는데, 독서하고 난 뒤에 정리하는 게 더 귀찮아지다보니 읽기 싫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해서, 읽으면서 포인트를 페이지 수 포함해서 정리해 두는 건 당분간 관두고 인상정도 적는 수준으로 만족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하루만에 읽어 치웠다.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높아만 가는 전쟁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쟁을 감행하거나,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각국의 부패/독재 정권을 지지하고, 반미 감정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 신자유주의를 전파하며 금융 기관을 사들이고 구조 조정을 종용하고,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양쪽의 쌍둥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상속세나 기타 세금을 폐지하고 국내의 과소비를 그대로 방치하는 등, 수많은 문제를 끌어안은 채로 모순되고 불합리한 행동 양식을 연발하고 있다. 책은 이렇게 이미 많은 사람에게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문제점을 다루면서도, 미국은 전세계적인 정의를 위해서 이런 행동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하거나, 단지 미국은 내적인 모순을 품고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일반적인 사회학 책과는 약간 다른 방향에서 접근을 시도한다. 마치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매운맛나리]에서 정치인과 건설 업계 뒤에 감춰진 계층적 접대와 청탁 사슬의 구조와 토지 공사의 폭리와 정부 사업의 불합리성 등, 그 물적 토대를 보여주면서 정치인이 수뢰하는 것이 개인적인 인성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인 것을 보여준 것처럼, 미국이 이런 불합리하고 모순적인 시스템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물적 토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이런 접근을 좋아한다. 언제나 하부구조는 상부구조를 규정한다) 전세계적인 저출산과 생산 효율의 상승, 고령화 등으로 인해 디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세계 경제가 대미 수출, 즉 엄청난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를 감수하는 미국인들의 과소비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경상수지 적자로 달러가 빠져나가면 당연히 미국 내에는 돈이 남질 않으니 금리가 오르고 내수가 침체되어 달러 가치가 떨어져 구매력이 떨어지는 등, 결과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수입을 줄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미국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대미 수출 흑자국들이 미국 채권을 구입하여 미국에 다시 투자하여 결과적으로 미국에서 빠져 나간 돈이 신비로운 길을 통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보고 있는 일본이나 중국, 대만, 한국 등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미국의 소비가 둔화되고 경제가 침체되어 달러의 가치가 하락했을 때의 손해도 막심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달러를 사들여 달러 가치를 유지해주고, 그런 달러 가치를 기반으로 과소비를 지속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을까?, 이런 시스템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는가?가 책의 주된 질문이다. 책에서는 미국이 유지하고 있는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을 독점 시스템이라고 이름 붙이고, 다음과 같은 10가지 요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각각의 구성 요소에 대해서 간략한 요약을 덧붙인다.
당연히 이런 어마어마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에는 상상하기 힘든 비용이 따른다. 전세계적으로 반미 분위기도 거세지고 있고 전세계의 경제 성장 엔진으로 부상한 중국이나 유로를 중심으로 달러의 기축 통화 위상을 가져오려는 유럽 연합, 최근의 고유가를 바탕으로 무역 수지 흑자를 기록하여 내실을 다지고 있는 러시아, 엄청난 미국 채권을 쥐고 있는 우방이지만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러시아와 손을 잡을 수도 있는 일본 등 대항 세력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책은 현재 미국이 지금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채로 이런 독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세계적 디플레이션이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독점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안보 위협과 달러 가치 폭락으로 전세계적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제조업 기반 약화로 인한 미국 내 경제 약화, 그에 이은 미국계 금융 자본의 미국 이탈, 히스패닉 계와 기독교 원리주의자의 충돌, 중앙 아시아에서의 자원 전쟁, 베이비 붐 세대의 연금 고갈 등 수많은 위협 요소 중 하나라도 미국이 관리하는 데 치명적으로 실패한다면 독점 시스템은 붕괴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미국이 이런 위협 요소를 관리하는 비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데다가, 독점 시스템 유지를 위해서 군사력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지금 방식으로는 각국의 독점 시스템 이탈을 부추길 뿐만아니라, 실질적으로 전세계적 디플레이션은 미국 뿐 아니라 어느 나라도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따라서 독점 시스템의 붕괴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 대안 세력과 평화적인 다극 체제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은 미국의 영향력이 사라지면서 달러의 기축 통화 효과 상실로 발생할 경제적 공황이나 미군의 영향력이 줄어들 때 발생할 수 있는 각지의 종교 분쟁과 에너지 분쟁 등으로 인해 실현 불가능한 안이고, 따라서 다분히 이상적이라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 전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이 극복 불가능하므로 독점 시스템의 붕괴도 피할 수 없고, 따라서 세계 각국은 독점 시스템 붕괴의 충격을 가급적 긴 시간 동안 천천히 나눠서 감당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사에서 일하는 경제 전문가가 쓴 책이기 때문에 그런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사회학적이나 정치적 당위성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경제적 시각을 바탕으로 한 접근이 인상적이다. 또한 반미나 친미 구도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의 물적 토대와 미국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점도 좋다. 전문적인 저술가가 아니기 때문인지, 종종 비문도 있고 중언부언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경제적 구체성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인 홍성국씨는 2006년 3월, 국내파 증권 전문가로써 해외파들이 주로 차지하기 마련인 대우증권 리서치 센터장 자리를 맡아 화제[조선닷컴]가 되기도 했다. 덤 전반적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사실만을 다루려고 하는 증권맨다운 논조 중간중간 사회 분배 정의에 대한 내용이 종종 들어있어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그 중 크게 감동한 부분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마이크로크레딧[이정환닷컴]에 대한 부분이고 하나는 미국 내 초거대 재벌들의 상속세 폐지 반대[주미대사관]에 대한 내용이다. 마이크로크레딧은 극빈층에 대한 무담보 소액 대출 프로그램을 말한다. 방글라데시에서 진행된 마이크로크레딧 프로그램은 435만 가구에 평균 200달러 대출을 제공해서 10년간 절반 이상 가구의 생활 수준을 빈곤선 이상으로 올리는데 기여했다고 했다고 하는데, 20%대의 높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의 상환률은 일반 은행의 70%에 비해서 크게 높은 98%였다고 한다. 조금씩 대출금을 갚아 나갈 때마다 가난에서 벗어난다는 희망을 주었던 이 프로그램은, 진보주의자들이 세계화 시대를 상대하여 발휘해야 할 구체적인 상상력의 실례를 보여주는 듯해서 너무나 반갑다. 한편 미국은 엄청난 규모의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상속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데, 빌게이츠와 조지 소로스, 워렌 버핏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부자들이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는 내용의 신문 광고를 개제했다는 이야기도 너무나 놀랍다. 다보스 포럼에서도 빈부 격차가 문제시[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반신반의했는데 실제로도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니…. 물론 그래봐야 '자본주의 체제 전체가 무너지는 것보단 적당히 유지하는 게 낫다'라는 식으로 고양이 쥐 생각해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국내 재벌들의 인식과의 거리를 생각했을 땐 부럽고 한숨이 나오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포토로그
카테고리
이전블로그
최근 등록된 덧글
최근 등록된 트랙백
메뉴릿
이글루링크
없음
▒ 제닉스의 사고뭉치 ▒ 뭉시리의 집.. Mii Plluto's cheerful Geh.. 일본에 먹으러가자. Sequoia WebLog the world is naked. 태양의 곁자리 하얀까마귀의 테스트베드.. v e r . b e t a 주식회사 이디스 sphere burster ; whit.. gundown의 食遊記 LOVEstation AD/DA -.. I Hate You 이은석 항해일지 soup_box[물고기.. 히엔 돈 카펠리아노 산벽달회 나를 숨기는 것은 얼마나.. ozzyz review 허지웅.. ▷단열 곤충 채집통◁ sIMAGINATIONs ZELONGLOO3OTH Groove Tube P.C하지 않은 ㅎㅅㅎ 25세 빛의 탑, 어둠의 던전 紙月 오리대마왕님 집 Field's Nest Astralium Report rehn's トイレ kyungjae.net 사회디자인연구소 Blameless life.... 龍孤視遠天爲時振威名 카즈군의 Holyland ROUGH SKETCH ▣Lac pourpre▣ Oxymoronic World 우리는 꽁패밀리!!!! 한글날의 부활. 쌀밥게임 대왕 gimmesilver's blog 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Discoveries Noenoe Sweet & Slow ZelDaQ 빈틈씨의 먹자골목 You're on the blitzkre.. 매거진 프라우드 MAGAZ.. CASSIS PEACH 랩좀비. 랩은 못하지만 .. rootrain '-')/ 毎日がスペシャル 마나네 타이요(taiyo) 쑥의 pro.TOT.yping Relish the Process 정열의 아자베 둥글게 君という光 rose 구찮아... Stay hungry, stay fo.. 깔짝깔짝 생활 Dream of Time 얼어붙은 수돗물 파이프 낭만과 해학으로 함께 가.. 쳐키의 드라이빙 Ohyecloudy's S3 Counter-revolutionar.. 도로시를 부탁해 ★ Stella et Fossilis SAGA 완성의 그 날 M과 M사이 Incarnation 카로 택시지 Li ucciderò. 망치와 모루 마케터의 블로그스타 - 200.. ANTHOLOGY 2731A 공돌이 옵빠 K 송아지 스팀밀크 백기사님의 이글루 grand blue 따뜻하고 한가로운 블로그 하드보일드하게 사는 거야! 야재나라 야햑묜 이글루 바깥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