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한정식 [토브]
주말에 스키장에 다녀온 관계로 테러 리뷰가 또 늦어졌다. 하여튼간에 꾸준하지 못한 건 알아줘야 한다. =_= 벌써 한 2주 된 것 같은데, 아버지와 동생의 생일이 가깝기 때문에 한 번에 축하할 겸 가족 회식을 다녀왔다. 목적지는 백운호수 근처의 퓨전 한정식집 토브. 내가 가자고 한 게 아니라 어머니께서 '여기가 괜찮지 않냐'고 하시길래, '아니 도대체 어디서 이런 집 소문은 들으셨지'했더니만 알고보니 안정환 선수의 장모님이 하는 가게라고. 백운 호수 근처에 있는 토브가 1호점이고, 청담동에는 2호점이 있다. 2호점은 전에 가본 적이 있는데 그 당시는 테러 리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테러 리뷰.
가게의 외관
들어갈 때도 찍었지만 밤에 찍은 게 더 분위기 나서
안정환씨 싸인 축구공이 반겨준다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다지 반갑진 않다(…)
안정환씨와 아이 사진
2호점에는 잡다한 안정환 굿즈(…)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는 소문이

호수 근처에 자리잡은 다른 음식점 건물에 비교하면 매우 깔끔하고 분위기도 좋다. 그냥 딱 2호점과 거의 비슷한 강남 분위기다. (그래서 주변과는 조금 안 어울린다) 가족 전체가 가서 먹는다치면 가격이 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일 년에 한 두 번 가는 곳이라 치면 아주 사치스러운 것도 아니지 않나, 싶다. (사실 회사 마일리지 썼다 OTL) 자리에 앉으면 바로 앞으로 백운 호수가 보인다. 호수가에서 살면 센티해져서 자살율이 올라간다는 둥 화기애애한(음?) 가족 간의 대화를 하며 코스를 주문했다.
실내도 깔끔하고 호수가 보이는 것이 인상적

가게가 집에서 꽤 먼 거리에 있는 곳이고, 자주 올 곳도 아니고 하니 기왕 온 김에란 느낌으로 품 수가 많은 코스를 골랐다. 식객[알라딘]에서도 '밥상의 주인' 편에서 어지간히 씹었듯이, 나도 항상 한정식은 우르르 있는 대로 요리를 한 상 위에 올려놓고 가짓수를 자랑하는 데 정신이 없는 터라 정작 손 가는 접시는 별로 없어서 실속이 없다고 생각하는 축인데, 그런 의미에서 토브에서 만난 한정식 코스는 조금 기대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요리를 먹어도 일품씩, 내가 뭘 먹는지 알면서 먹어야지.
기본 셋팅

먼저 전채류로 호박죽과 냉국, 유자 소스 샐러드가 나왔다. 냉국에 대해서는 동생과도 여러 번 했던 얘기긴 하지만, 얼음물에 식초를 넣고 오이를 썰어 넣은 게 요리냐!(…), 라는 시덥쟎은 토론을 하면서 식사를 시작했다. 옛날에는 냉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중국에서 산라탕[eChamzone]을 먹어본 이후부터 신 음식도 좋아하게 되어 냉국도 먹게 되었다. 대강 신맛나는 해삼탕(먹어본 적 없음) 같은 이미지인데, 맵고 셔서 술안주로도 적당하다. 아, 먹으러 가고 싶어졌는데 한국에 있는 중화요리점에서도 제대로 하려나. OTL 하여튼 전채는 그럭저럭 무난무난.
호박죽과 냉국
유자 소스 샐러드
유자의 약간 씁쓸한 맛이 좋다

통상 저녁 시간보다 약간 일찍 도착한 관계로 전채를 다 먹기도 전에 다음 코스가 이어졌다. 버섯을 채운 두부 요리와 크림 소스 새우. 두부 요리는 직접 만든 것인지 케익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크림 소스 새우도 약간 달고 신맛이 나는 것이 딱 좋다. 전체 코스를 돌이켜보면 이 두 접시는 상당히 괜찮은 축에 들어간다.
버섯을 채운 두부 요리
크림 소스 새우
애들이 좋아할 것 같은 맛이다!

이어 해물 냉채와 버섯깻국탕과 밀쌈이 서빙되어 나왔다. 해물 냉채는 말이지, 참…. 아마도 고추가 들어오기 전의 한식을 상상해보면 오이 냉채와 해파리 냉채, 무 절임, 배추 절임 같이 양념이나 지방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식단이 주를 이뤘을 것 같은데, 지금은 김치나 매운 찌개같은 음식이 주류니까 오이 냉국나 해물 냉채, 콩국수 같은 심플하고 간이 적게 된 음식이 외려 한식의 스펙트럼에서 벗어나 있는 음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뭐 관계없지만 하여튼 그렇단 얘기다. 어쨌든 해물 냉채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패스(…). 밀쌈은 싸 먹는 재미가 있지만 볼륨이 좀 아쉽다. 깻국탕은 전주에서 봤던 반찬[매운맛나리]이 이거였구나, 하고 무릎을.
해물 냉채
…죄송합니다, 사실 부페에 나오는 해파리 냉채와 구분 못 했습니다 OTL
버섯깻국탕
밀쌈

곧 이어 생선 요리와 해물 누룽지탕이 서빙되어 나왔다. 이게, 코스 요리에서 매일 바뀌는 놈들은 그냥 '생선 요리', '고기 요리' 같은 식으로 적혀 있는 일이 종종 있어서, 서버가 무슨 요리인지 말해주지 않으면 이게 뭔 요린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먹는 나같은 사이비는 결국 사진을 보고도 뭔 요리였는지 기억도 못하게 된다. …그런 관계로 무슨 생선인 지는 모르겠지만 요리는 대강 흰살 생선 탕수 비슷한 느낌. 해물 누룽지탕은 기대했건만 건더기 부족으로 채식 누룽지탕이란 느낌이었다. 아쉽다. 걍 먹고 싶으면 중국집으로 가는 것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생선 요리
메뉴에 그저 생선 요리라고만 적혀있다
…님들아 이건 쫌 너무 융
해물 누룽지탕을 맛있게 만들려면 해물을 넣으면 된다

…뒤 이어 서빙된 메뉴도 이름하여 쇠고기 요리와 회. 통상의 코스라면 이제 슬슬 하이라이트에 접어들 시점인데, 나온 쇠고기 요리는 무려 떡갈비. 코스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요리 치고는 좀 아쉽다는 기분이 든다. 품 수가 많아지다보니 품마다 요리 양이 너무 많으면 안돼서 그러나? 회 같은 경우는 '굳이 여기서 회를 먹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좀 들기도 하고, 전채에나 나올 찬 요리가 막판에 나오는 것도 그렇고, 하여튼 조금 불만스럽다.
쇠고기 요리
…코스 막바지에 햄버그 스테이크?! 님들아 쫌

마지막으로 블랙빈 오이스터 조림과 메로찜이 서빙되어 나왔다. 블랙빈 오이스터 조림? 퓨전이긴 하지만 한식집인 주제에 검은 콩 굴 조림이면 안 되는 거냐…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귀찮으니 제쳐두고, 먹어보니 상당히 맛이 괜찮다. 익힌 굴의 복잡한 맛과 조림의 간이 잘 어울린다. 설명없는 쇠고기 요리와 회에서 생긴 불만이 좀 누그러들 만하다. 메로찜 같은 경우는 동생은 '메로가 왜 비싼 지 이해할 수 없다, 여기서도 왜 나오는 건지'라며 화를 냈는데, 의외로 상당히 맛있어서 놀랬다. 메로를 찐 뒤에 다시 고추를 띄운 간장 국물에 살짝 조린 모양인데, 메로 살 맛 위로 슬금슬금 매운 맛과 간장 맛이 끼어드는 것이 간질간질해서 이미 배가 부른데도 계속 젓가락이 가게 만든다. 메로찜 하나는 훌륭한 일품!
블랙빈 오이스터 조림
강한 척 하고 있지만 검은 콩일 뿐이다
메로 찜
최근 데스노트 2부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음?)

이것으로 모든 코스 요리의 종료. 접시 하나하나는 양이 상당히 적었는데, 14접시를 다 비우고 나니 상당히 배가 부르다. (…당연하다) 먹고나니 전체적으로 요리가 무난한 선은 넘고 있는데 좀 아쉽다는 기분이 든다. 퓨전 음식이 그런 경향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일관성이 없다는 느낌이랄까? 거기에 막판에 차가운 회가 나오기도 하고 후반에 인상깊은 메인 디시가 없기도 해서 코스 전개도 어수선하다는 인상이 들고…. (무엇보다 디저트가 실망! 근데 뭐였는지 사진도 안 찍어버렸네;;;) 한식 코스에 대한 기대가 있던 만큼 아쉬운 곳이 더 많이 보여서 그럴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비싸서? 비싸서 아쉬운 건가?;;;) 여튼 간만의 호사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케익을 꺼냈건만….
또 모양이 망그러진 케잌
최근 몇 차례의 생일 케익이 원형을 유지한 적이 없다

가볍게 아버지와 동생의 생일 축하를 하고 둘러보니 여기저기서 하나 둘 씩 케익 든 가족이 모여들더라. 은근슬쩍 그런 행사 자리로 이름이 나 있는 듯. 여하튼 그래도 (음식에 좀 덜 까다롭고) 특이한 한식을 먹어보고 싶다거나, 어른들 모시고 가도 괜찮은 분위기의 가게를 찾는다면 떠올려 볼 만한 가게인 듯 하다. 이 집의 랭크는 조금 아쉬운 집. (조금 아쉬운 집 < 돈이 아깝지 않은 집 < 1회전:기대에 부응하는 집 < 2회전:기대를 뛰어넘는 집)
약도, 출처는 콩나물[.]
약도로는 좀 찾기가 어렵다. 주소는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10-4
by 매운맛나리 | 2006/01/24 23:47 | 웰빙 : 테러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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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wanny at 2006/01/25 12:19
가끔 식도락 동호회나 검색 페이지 만들기에 관해 심각하게 고려할 때가 있는데 만들게 되면 추천 회원이 되어 주세요.ㅎ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6/01/25 12:58
허걱 안녕하세요 (__);;
이제 입문이긴 하지만 그 때가 오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ㅎㅎ
Commented by 새벽달 at 2006/01/25 19:47
.......................아 정독해 버렸다.....OTL
Commented by qwerty at 2006/01/26 00:20
대치장 근처의 고메홈도 함 가보셈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6/01/26 18:31
벽달 / 흐흐 땡큐, 다이어트 성공 기원! 생각난 김에 마도 리뷰도...
qwerty / 이런 덴 또 어디서 알았대. 대치장 나오다 본 거? 메뉴판 리뷰 점수 좋네, 한 번 가봐야지
Commented by 랩하는좀비 at 2006/01/26 22:00
하아... 츕츕츕...(?) 다행히 한식은 그리 좋아하지 않.. 아도 배가 고파오네요. 케잌이 더 먹고 싶은 사람은 저 뿐?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6/01/28 14:53
흐흐 안 그래도 다음 리뷰는 케익 가게입니다 (음?;;;)
Commented by 플루토 at 2006/01/29 00:39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snavi at 2006/01/29 02:33
히잉 ;ㅅ; 새벽 2시30분에 이런 포스팅과 마주치다니 ..아악괴로워 ㅜㅜ
아참 인사해야지..안냥하세요 첨뵙겠슴미다~ ^^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6/01/30 15:30
플루토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기원드립니다 (__)
snavi / 반갑습니다. 원래 카테고리가 테러 카테고리라서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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