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케이블의 양쪽 커넥터 모양이 같지 않은 이유는?
불현듯 USB 케이블의 양 쪽 커넥터 모양은 왜 하필 그렇게 생겼을까, 양쪽 커넥터 모양이 같은 케이블은 왜 없을까, 무슨 기술적 이유가 있나?, 하는 의문이 떠올라서 슬쩍 구글링해봤다. 그랬더니 USB 기술 표준 사이트[usb.org]가 금새 따라 나왔다. 현재 USB 표준 상에서 정의하고 있는 USB 커넥터에는 아래의 네 종류가 있다. (이미지 출처는 Webopedia[.])
A 커넥터
다운스트림 커넥터(Downstream)라고도 부른다
B 커넥터
업스트림 커넥터 (Upstream)라고도 부른다

A 커넥터와 B 커넥터는 USB 1.1 표준에서 정의하고 있고, 각각 A 커넥터는 컴퓨터나 USB 허브같은 호스트 장비 쪽에, B 커넥터는 USB 장비에 꽂도록 되어 있다.
mini-A 커넥터
mini-B 커넥터

디지털 카메라나 MP3 플레이어같은 소형 USB 장비가 많이 나오면서, 크기가 큰 B 커넥터를 사용하기 곤란해지자, USB 표준 2.0에서는 크기가 작은 mini-B 커넥터를 도입한다. 그러다가 PDA와 같이 작은 장비가 USB 호스트로 동작하게 되자, 이런 장비에 USB 커넥터를 꽂을 수 있도록 mini-A 커넥터를 USB OTG에서 도입한다. USB OTG는 USB On-The-Go[usb.org]의 약자고, 리비전 1.0a 상태인 USB 2.0을 대체하는 표준이라고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USB 기술 표준 6.4.4 항[usb.org]에 금지하고 있는 케이블 조합이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쪽이 A 커넥터이고 다른 한 쪽이 A 포트인 케이블은 만들 수 없다. USB 케이블의 길이가 길어지면 신호 세기가 약해지고 신호 전달 딜레이가 길어져서 정상 동작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표준에서 정하는 일정 길이 이상의 케이블을 만들 수 없게 되어 있는데, A 커넥터-A 포트 케이블을 만들면 이 케이블을 계속 이어서 표준에서 정하는 최대 길이를 넘는 케이블을 만들 수 있고, 그러면 장비가 오작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양 쪽 모두 같은 커넥터 모양인 케이블도 만들 수 없는데, 이것은 유저가 디지탈 카메라 같은 USB 게스트 장비 두 대를 케이블 양 쪽에 연결하고 정상 동작하길 바라는 개그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USB 케이블은 전력선을 겸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연결하는 것이 장비에 위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표준에는 그 외에도 USB 로고 모양이나 케이블 재질, 추천하는 색깔(예상하는 대로 흰색, 회색, 검은색이다)도 기술되어 있다.

표준이 이렇게 커넥터에 대해서 까다로운 조건을 취하고 있는 이유는 최종 사용자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To minimize end user termination problems, USB uses a "keyed connector" protocol)라고 한다. (멋지다! 이런 고려가 USB의 심플한 디자인을 만들어냈구나) 즉, 양 쪽 커넥터가 매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유저가 한 눈에 이 커넥터를 어느 쪽에 끼워야 하는 지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란 얘기다. USB 케이블의 내부 구성에 대해서 살펴보다가 노트북 날려먹은 이야기[노을]도 있는 걸 보면 표준이 까탈스럽게 구는 것도 이해가 간다.

재미있는 것은 USB OTG에는 mini-A 커넥터와 mini-B 커넥터를 모두 연결할 수 있는 mini-AB 포트가 새로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이 mini-AB 커넥터는 핸드폰이나 PDA같이 PC에 USB 장비로 연결되지만, USB 호스트로도 동작하고 싶은데 기기의 크기가 작아서 mini-A 포트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 부담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도입되었다. 종류가 늘어난 커넥터와 포트를 구분하자면 뭔가 표시를 해야 할텐데, 그래서 사용하는 것이 커넥터 안쪽에 들어있는 플라스틱의 색깔이다. mini-A 커넥터와 포트는 흰 색, mini-B 커넥터와 포트는 검은 색, mini-AB 포트는 회색을 사용하도록 추천하고 있다. (위에 첨부한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A-to-mini-A, mini-A-to-A 어댑터

상황이 이쯤 복잡해지면 A 커넥터 케이블을 mini-A 포트에 꽂고 싶어지거나, B 커넥터 케이블을 mini-B 포트에 꽂고 싶어질 법도 하다. 표준은 A->mini-A 어댑터와 mini-A->A 어댑터만을 허용하고 B->mini-B나 mini-B->B 어댑터는 허용하지 않는데, 이유는 이 경우 A측 어댑터도 사용하고 B측 어댑터도 사용하는 최악의 조건에서 B측 어댑터 추가로 인한 전송 시간 딜레이 1ns가 추가되어 표준에서 허용하는 최대 딜레이를 넘어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더 어려운 문제는 B 장비로 동작하던 PDA가 같은 mini-AB 포트를 통해서 A 장비로 동작하게 되는 경우의 시나리오인데, 스테이트 다이어그램이 나오질 않나 난이도가 급상승하므로 설명은 패스)

최근에는 무선 USB 규격에 대한 논의도 활발한 모양인데(Arere, Hewlett-Packard, Intel, Microsoft, NEC, Philips, Samsung의 7개사가 후원하고 있다), 곧 무선 USB 허브가 발매한다[engadget]는 소식도 있고, 기존 USB처럼 보급이 잘 된다면 노트북 쓰기는 편해질 것 같다. (침대에 누워서 프린터를 사용하자!) 하지만 전력선을 가져오거나 배터리를 써야 하기 때문에 손 가까이 두고 쓰는 USB 장비를 무선으로 만들기에는 정작 별로 득이 없을 듯. 아, 무선의 미묘함이여. 그나저나 블루투스든 뭐든 좋으니 전문 음향 기기 회사에서 이쪽 무선 기술로 무선 헤드폰 하나 만들어 줘!

이건 덤[Whillshin of Life]
by 매운맛나리 | 2006/01/17 23:48 | 소소한일들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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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루비아이 at 2006/01/18 02:42
답방이 늦었네요 ^^;
재미있는 글들이 많군요 ㅎㅎ 자주 찾아와야겠네요 ㅋ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6/01/18 23:25
흐흐 민나랑 아는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스토킹 쫌 합니다)
온라인상에서라도 많이 뵈었으면 하네요.
Commented by 민나 at 2006/01/21 11:09
으하하 -_-; usb 에 이런 비밀이 있었군요.
로지텍 미니휠 마우스 사면 안에 들어있던 A커넥터-A포트 (지금도 잘 씀) 은 사실 표준위반인거군요....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6/01/22 19:20
내 2.5인치 외장 하드도 사실 A커넥터-A포트 선 들어있어
Commented by 랩하는좀비 at 2006/01/23 21:26
음. PSP랑 디카랑 연결해서 사진을 끌어 볼려고 했지만 포트가 다르더군요.
왜 둘이 연결이 되는 포트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군요.
...뭔가 복잡하고 거식해서 60% 정도만 이해된 듯. ..나중에 술깨고(...)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매운맛나리 at 2006/01/24 23:52
USB같이 당연해 보이는 것들도 엔지니어들이 참 빡세게 고생하고 있단 말이죠
것참 온라인 게임 프로그래밍정도 하면서 불평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_=
Commented by snavi at 2006/01/29 02:38
모양이 똑같은 usb 케이블 이라고해도 어떤것은 작동하고 어떤건 안하고~ 엉망진창 어려운usb ..
히히 잼있네요~
Commented by 우리언니 ㅈㄴ 못생 at 2017/10/24 19:53
아...지금 MP3 USB찾고 있는데... 파는데가 없네요 ㅠㅠㅠㅠㅠ
Commented by 우리언니 ㅈㄴ 못생 at 2017/10/24 19:54
아......정말 짜증나네요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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