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래도 웰빙 카테고리에서 독서 노트는 좀 잘라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하여튼, 어찌어찌 하여 포항에 기차로 갈 일이 생긴 관계로 (왜 하필 기차냐면 비행기가 포항까지 가는 줄 몰라서였다)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책을 하나 읽어 치울 생각으로 집어 들었다. 고속터미널 영풍문고를 생각하고 서울역 서점으로 내려갔는데, 규모도 작고 보유하고 있는 책들도 너무 별로라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성장과 분배의 갈등을 넘어라는 불온한(!)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을 집었다.
뭔가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집어든 게 아니라, 요즘 들어서 책을 읽을 때 이념적 지향성(!)이 맞는 경우만 골라 있다보니 좀 허술하게 읽는 경향이 생긴 것 같아서 조목조목 꼼꼼히 읽고 이 책이 말하고 있는 내용에 말리지 않고 반론을 해 볼 생각으로 골랐다. 실은 헛소리나 해대겠지 뭐 별 대단한 얘기 하겠어? 비웃어주고 휘다닥 읽어 치워드리지라는 가벼운 생각도 있었고, 일단 책을 열면 이 책은 [방일영 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술 출판되었습니다라고 나오길래 도대체 뭔 내용을 돈 써가며 찍어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다. 실제로 1부는 나름대로 경력이 긴 기자라는 저자가 제대로 고등교육을 받고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인지 의심을 하게 만드는 진술이 넘쳐난다. 내용을 집어서 반론할 것도 없이 몇 가지 이 저자의 기술이 자신의 기술과 모순되는 곳만 골라내보자. 먼저 '뉴 라이트 운동'이 지향한다는 정부 규제를 줄이고 시장 경제 원리에 맡긴다는 작은 정부 큰 시장(p.32) 얘기를 보자. 머릿말에 박정희 시대의 정부 주도 경제개발 모델을 해체하여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p.27) 같은 문장을 보면 박정희 개발 시대는 역시 긍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장하준 교수의 기술을 언급할 것도 없이 박정희 시대야 말로 정부가 '너 이 사업하지 말고 저 사업해, 안 그러면 돈 못 빌린다', 이런 식으로 규제하고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등에 나섰던 큰 정부 시대 아닌가? 한국 사회의 아노미 현상과 그 징후에 대한 언급 부분도 보자. 보안법 개정/폐지에 관한 원로들의 반대 선언과 김 추기경의 비판을 전혀 고려할 가치가 없는 것처럼 치부하며 기존의 방침을 밀고 나가려는 정부-여당의 자세는 바로 매우 심각한 아노미 현상의 징후가 아닐 수 없다(p.51)라는 언급을 보면 이 당시의 여론은 보안법 개정/폐지로 상당히 기울었다[한겨레]고 기억하는데, 그러면 여론은 또 무시해도 된다는 건가...라고 보고 있자면 (주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언급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여론무시 성향이다(p.69)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어 도대체 나보고 어쩌란 거냐, 란 생각이 들게 만든다. 고용 유연화에 대한 언급도 갈팡질팡이다. 노조의 보호를 받고 있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해고를 최대한 어렵게 만들려 하며, 이 때문에 경영자들은 결원이 생길지라도 되도록 자동화 설비 투자를 통해 인력 수요를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하거나 정규직 일자리를 비정규직 근로자를 뽑아 충원하고 있다.(p.207)라는 식으로 고용 유연화를 못해서 경제가 힘들다는 식으로 얘기하면서도 동시에 정리해고제와 근로자 파견제를 가지고 근로자의 기를 죽이고 있(p.107)어서 문제라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점점 아리송해질 따름이다. 중국 브라질 인도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경우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지역적 계층적 양극화 현상은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편이라는 주장(p.45) 쯤 가면 머리가 띵해질 지경이다. (고용 유연화 문제는 p.207의 인용이 말하고 있는 바로 그대로 두 가지 해결이 있다. 앞쪽의 자동화 설비 투자는 일본 등 평생 고용 개념이 유지되고 있는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기능적 유연화 방식의 결과고, 두번째는 신자유주의 세력의 주장대로 해가는 우리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수량적 유연화 방식이다. 쾌도난마 한국경제[매운맛나리]에 기능적 유연화의 장점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이 나온다) 좌파에 대한 견해에서도 나름 독자적인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좌파 인사들은 다른 사람들의 권리보다 자기 자신들의 관념을 한층 더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우리의 양치기가 되고자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그들의 양이 되어야 한다(p.59)라는 진술을 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오히려 "...한국 경제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와 믿음을 쌓는 것이며, 이를 위해 경제교육 등에 대한 투자가 강화돼야 한다."(동아일보 2004년 8월 30일)(p.54)라는 식의 진술이나 정치권이 정치적 이해나 정략에 따라 사법부 판결을 비난하면서 국민들에게 "학습효과'까지 미치고 있다(p.55)라는 진술을 보면 아무리봐도 양치기가 하고 싶어서 안달난 쪽은 저자 쪽이 아닐까 싶은데 말이다. 아직도 명장면은 남아있지만 읽어봤자 두통약 값만 아까우니 이쯤 줄이자. (부동산 투기 상황과 같은 명백한 시장 실패 상황을 눈 앞에 두고 있으니 '반부자 정서 때문에 내수가 안 살아난다, 그러니 종부세 도입 말고 시장 경제를 믿고 지켜보자'는 개소리를 굳이 반론할 필요까진 없으리라고 본다) 그런데 책에 이런 헛소리만 있었다면 당연히 정리할 생각도 안하고 당장 운동장에 달려가 불질러 버렸을 거다. 2부로 들어가면 횡설수설에 자기가 앞에 뭔 소리를 했는지 기억도 못하던 저자가 갑자기 딴 사람으로 바뀐 듯 내용이 바뀐다. 우리가 IMF 체제 조기 졸업을 김대중 대통령의 치적 중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지만, 애초에 IMF가 OECD 가입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무리하게 금융 자유화를 추진했다가 순식간에 들어왔다 빠져나간 해외 금융 자본 때문에 생긴 일이고, 이후의 조치가 노동자를 대량으로 해고하고 기업의 투자를 막는 신자유주의 정책 도입으로 이어져 경제 성장 동력을 바닥낸 실패였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이 주장은 쾌도난마 한국경제[김영철교수]의 주장과 동일하다. (동일한 주장이기 때문에 언급하는 자료나 근거가 이전 포스팅에서 적었던 것과 조금씩 다르지만 생략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해도 1부 내용이 워낙 엉망이니 당연히 이 책에서 제대로 된 주장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만 하다. 하지만 카드값에 관련한 소비자의 모럴 해저드는 실은 정부의 대책없는 카드 사용 권장 및 관련 금융 기관들의 소득원 검토 의무 이행 소홀로 인한 정부와 금융기관의 모럴 해저드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p.131) 쯤 가면 동의하지 않기가 어려워진다. 그 외에도 정리 해고나 수량적 고용 유연화를 요구하는 기계적인 생산량 개념에 대한 비판(p.111), 한국 금융 기관의 외국 자본 잠식에 대한 경고(p.112), 한국 경제학자의 IMF 조치에 대한 침묵(p.112), 등, 신자유주의에 대한 양식 있는 비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그런데 또 당황스럽게 3부로 넘어오면서 저자는 1부의 정신분열 모드로 다시 돌아온다. 반시장적, 반부자 정서가 문제라는 둥, 해고 위협은 있어도 성장과 함께 일자리가 생기는 미국의 카우보이 경제를 본받자면서 미국은 생산직 일자리가 외국에 유출되어 문제니 신자유주의는 하지 말자고 하질 않나, 대처와 레이건을 떠받들면서 작은 정부를 옹호하질 않나(레이건의 소련과의 군비 경쟁을 칭찬하면서 어떻게 작은 정부를 옹호할 수 있는지?), 계획 경제는 결국 독재로 귀결되니까 하지 말자면서 박정희를 옹호하는 발언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그리하여 내가 내린 결론은, 2부는 장하준 교수의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 무엇이 문제인가[알라딘]을 베껴서 쓴 거고 나머지는 제 하고 싶은 소리에 맞는 글만 갖다 붙이다보니 앞 뒤 안 맞는 소리가 생겼다, 라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운 점이 꽤나 있는데,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저성장 체제인 신자유주의라는 장하준 교수의 주장은 노사정 간의 공통 분모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대타협을 위해서 기업과 어떻게 타협하는 것이 좋을 지에 생각해보는 단초가 되었다는 점,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 찬양을 반박하기 위해 영국 제조업 기반을 파괴한 대처리즘의 허구(쾌도난마 한국졍제, p.168)를 다시 찾아볼 수 있었다는 점, 기업이 주장하는 시장경제주의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는 점(외국 자본은 막아주고 경영권은 보호해주고 노동자는 자르게 해달라!), 조중동의 글 쓰는 방식에 대한 체험, 그리고 무엇보다 전 세계 전 시대를 넘나드는 자료를 동원한 전 방위적인 논쟁의 어려움을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이런 책의 주장을 논파하는 것쯤 손쉽게 생각했지만, 인도의 경제 발전이나 브라질의 사례,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옹호, 케인즈주의와 신고전파의 대비, 통계적 평등주의의 오류, 최저 임금제의 역설 등 접해본 적이 없거나 꽤나 생각하고 자료를 모으지 않으면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려운 주장들을 계속해서 접하면서 이런 논쟁이 포괄하는 영역의 방대함에 눈을 뜰 수 있었달까, '논평'이 아니라 '대책'을 만들기 위한 어려움에 대해서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의 보수 구분이 별로 유의미하지 않은 느낌도 들었는데, 정책 기조는 진보적이어야 하지만 최소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그 영향력과 파급 효과를 검토하는 것은 보수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는 거다. (혹시나 이념적으로 설득당한 게 아니냔 의문이 있을까봐서 덧붙이지만, 어디까지나 이 보수성은 프로그래머적인 관점으로 테스트와 QA 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그 외에 장하준 교수가 IMF로 대표할 수 있는 주류 경제학의 시장 경제 정책에 반대되는 평형추로서의 국제개발포럼IFD, International Forum for Development의 준비위원회 공동 부의장이었다든지, 몇 가지 장교수의 번역서가 더 있다든지 하는 추가적인 소득도 있다. 여하튼 경제가 정치적 지향성을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정치적 지향성이 경제에 대해서 횡설수설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새삼 발견하면서 합의를 위한 경제에 대한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는다. 하여튼 책의 평가를 총 정리하자면, ![]() 어울리는 참고 서적은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매운맛나리]입니다. 가격 : 13000원 양 : 351쪽 맛 : 0점 매운맛 : 0점 속 : 1점 (장하준 교수의 언급이 있으므로) 총점 : 0.5점 서적 랭킹 : 이 서적의 랭크는 누군가 모아다 불질러주세요입니다. 오늘의 서적코멘트 : 하지만 조중동이라면 어떨까? 조! 중! 동!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한 번 꼭 해보고 싶었심)
|
포토로그
카테고리
이전블로그
최근 등록된 덧글
최근 등록된 트랙백
메뉴릿
이글루링크
없음
▒ 제닉스의 사고뭉치 ▒ 뭉시리의 집.. Mii Plluto's cheerful Geh.. 일본에 먹으러가자. Sequoia WebLog the world is naked. 태양의 곁자리 하얀까마귀의 테스트베드.. v e r . b e t a 주식회사 이디스 sphere burster ; whit.. gundown의 食遊記 LOVEstation AD/DA -.. I Hate You 이은석 항해일지 soup_box[물고기.. 히엔 돈 카펠리아노 산벽달회 나를 숨기는 것은 얼마나.. ozzyz review 허지웅.. ▷단열 곤충 채집통◁ sIMAGINATIONs ZELONGLOO3OTH Groove Tube P.C하지 않은 ㅎㅅㅎ 25세 빛의 탑, 어둠의 던전 紙月 오리대마왕님 집 Field's Nest Astralium Report rehn's トイレ kyungjae.net 사회디자인연구소 Blameless life.... 龍孤視遠天爲時振威名 카즈군의 Holyland ROUGH SKETCH ▣Lac pourpre▣ Oxymoronic World 우리는 꽁패밀리!!!! 한글날의 부활. 쌀밥게임 대왕 gimmesilver's blog 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Discoveries Noenoe Sweet & Slow ZelDaQ 빈틈씨의 먹자골목 You're on the blitzkre.. 매거진 프라우드 MAGAZ.. CASSIS PEACH 랩좀비. 랩은 못하지만 .. rootrain '-')/ 毎日がスペシャル 마나네 타이요(taiyo) 쑥의 pro.TOT.yping Relish the Process 정열의 아자베 둥글게 君という光 rose 구찮아... Stay hungry, stay fo.. 깔짝깔짝 생활 Dream of Time 얼어붙은 수돗물 파이프 낭만과 해학으로 함께 가.. 쳐키의 드라이빙 Ohyecloudy's S3 Counter-revolutionar.. 도로시를 부탁해 ★ Stella et Fossilis SAGA 완성의 그 날 M과 M사이 Incarnation 카로 택시지 Li ucciderò. 망치와 모루 마케터의 블로그스타 - 200.. ANTHOLOGY 2731A 공돌이 옵빠 K 송아지 스팀밀크 백기사님의 이글루 grand blue 따뜻하고 한가로운 블로그 하드보일드하게 사는 거야! 야재나라 야햑묜 이글루 바깥 세상
|